패션: 자유롭게, 섹시하게... 새롭게 탄생한 인도 의상 '사리'

- 기자, 지나라 라트나야크
- 기자, BBC Culture
전통적으로 수수하며 '여성스러운' 옷인 사리(Sari)는 새로운 패션 팬들 덕에 재해석되고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나라 라트나야크 기자가 그들 중 몇 명을 인터뷰해 이유를 알아봤다.
가장 오래된 의복 형태 중 하나인 사리는 수 세기에 걸쳐 많은 남아시아인들의 삶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사리는 오랫동안 전통적이고, 관습적이며,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을 구현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젊은 층이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사리를 더욱 현대적인 방식으로 사리를 입는다.
사리라는 용어는 천 조각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사티'에서 유래했다.
길이는 4~9야드(3.6~8.2m)로 다양한데 대부분의 사리는 6야드(5.5m)다.
사리의 역사는 기원전 3200년에서 기원전 2000년 사이, 사람들이 긴 천 조각을 입던 인더스 계곡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대를 걸쳐 꾸준히 진화한 사리는 특히 인도의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20세기 초 더욱 발전했다.

사진 출처, Urban Drape
사리를 두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쿨리카 바너지와 다니엘 밀러의 저서 '사리(The Sari)'에서 저자들은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사리 스타일인 니비(nivi) 양식의 역사를 살펴본다.
여성들은 집안에서 블라우스나 슬립을 받쳐입지 않고 사리를 입었지만, 영국 식민지 시대의 방글라데시 출신 사회개혁가 냐나다난디니 데비는 이러한 옷차림이 대중 앞에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좀 더 단정한 스타일을 찾던 데비는 1864년 뭄바이에서 한 여성 조로아스터교인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는데, 그 여성은 사리를 입을 때 블라우스와 함께 슬립 또는 페티코트를 착용했다.
여기서 니비 스타일이 탄생했다.
사리의 한쪽 끝을 슬립 윗부분에 집어넣고, 허리에 감아 주름을 잡으며, 곡선으로 흐르게 하고, '팔루'로 불리는 사리의 반대쪽 장식 부분을 왼쪽 어깨 뒤로 넘긴 것이다.
20세기 초 니비 스타일의 사리는 인도의 민족주의 운동에 동참한 여성의 이미지가 됐고, 대중성을 확장하는 데 일조했다.
공예와 직물에 관한 서적 시리즈 '고대 섬유 시리즈(Ancient Textile Series)에 '20세기 인도의 사리와 국가적 서사(Sari and the Narrative of Nation in 20th-Century India)'를 실은 작가 아티 카울라는 사리가 인도 민족주의 운동 당시 남아시아 문화와 여성미를 상징하는 인디언니스, 즉 '인도다운 것'으로 등장했다고 밝혔다.
카울라는 "20세기 초부터 민족주의 서사에서 사리는 매우 중심적인 역할이었고, 사리는 점점 성 역할의 구분이 강화되는 사회적 규범안에서 '적절한' 인도 여성의 페르소나를 창조하는 데 활용됐다"고 말한다.
그 때부터 사리는 "교양 있는" 남아시아 여성들의 옷이 됐다.
사리를 입는 여성이 더 겸손하고 섬세하며 존경의 대상이라는 개념이 퍼졌다.
'사리'의 공동 저자이자 역사학자인 무쿨리카 바너지는 BBC 컬처와 인터뷰에서 사리를 입는 것과 "여성적인" 아름다움 사이에는 분명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결혼 후 사리를 입는 문화가 생겼고, 사리는 결혼한 여성의 여성스러움을 상징했다. 바너지는 "남성의 양복처럼, 사리는 여성의 자기 표현 방식에 변화를 준 의상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많은 기혼 여성들에게 사리는 패션의 선택이라기보다 필수 복장이 됐다.
집에서 입는 사리가 있었고, 시장이나 사원에서 입는 사리가 있었으며, 결혼식 같은 행사에서 입는 화려한 사리가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많은 기혼 여성들은 움직임이 더욱 편하도록 튜닉(목에서 무릎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옷) 상의와 치마를 개조했다.

사진 출처, 사리 스니커즈
바너지는 오늘날 수백만 명의 여성 건설 노동자들과 농부들이 사리를 애용함에 따라 사리가 "움직임을 제한한다"는 개념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바너지는 "그들에게 사리는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페이스북 그룹 '사리스 인 스타일'의 자시나 배커는 많은 도시 여성들이 '사리는 제약이 많고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커는 "사리를 좋아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입지 않는다"며 "사리를 입고 돌아다니는 것이 그리 편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도시와 마을 곳곳에서 보통의 중년 여성은 사리를 입으면 이동하거나 무언가를 할 자유가 제한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리는 계속해서 "여성적인" 아름다움의 전통적 기준, 즉 가녀림, 섬세함, 보수성을 대표하는 남아시아 기혼 여성들을 위한 단정한 옷으로 간주되고 있다.
전통에 도전하다
이렇게 사리에 함축된 여러 뉘앙스에도 불구, 최근 몇 년간 디자이너, 아티스트, 인플루언서들은 사리에 새겨진 전통적 여성상에 도전해 왔다.
사리는 젊은 남아시아 여성들이 선보인 혁신적인 스타일을 통해 일상복으로 재등장하고 있다.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들은 사리를 걸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났다. 페티코트 대신 사리로 청바지를 감싸고 맞춤 블라우스 대신 티셔츠 위에 사리를 입는다.
'사리 스니커즈' 같은 인도 브랜드는 스니커즈와 사리를 매치하는 개념을 대중화하고, 스리랑카에서는 디자이너 브랜드 '어반 드레이프'가 크롭탑과 사리의 매치를 전문화했다. 바너지는 특히 블라우스를 곁들인 이러한 패션 혁신들이 사리를 더욱 대중화하고 일상화한다고 말했다
바너지는 "사리의 혁신은 이와 매칭하는 직물, 맞춤 제작, 다림질 부담을 줄여준다"며 "이러한 번거로움은 여성들이 그동안 사리를 포기했던 주요한 이유 중 일부였다. 하지만 사리의 액세서리를 바꾸면 좀 더 쉽게 선택하고 일상적으로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브랜드 '더 사리 걸(The Saree Girl)' 대표인 24세 아이자 후세인은 사리를 입는 젊은이다.
사리 착용은 지아 울 하크 독재정권 시절(1978~1988년) 파키스탄의 거의 전역에서 금지됐다.
1985년 알함라 예술의회에서 검은 사리를 입고 시인 파이즈 아흐메드 파이즈의 유명한 우르두어 시 '험 데켕게'를 부른 가수 이크발 바노 등 일부 유명인사들은 이러한 정부 방침에 저항했다.
후세인은 BBC 컬처와 인터뷰에서 " 사리에 대한 담론은 오늘날에도 종교, 결혼 여부, 색깔, 몸매 등에 얽혀 있고 이는 우리가 타파하려는 대상"이라며 "사리를 일상화하고 싶다. 무엇보다 6야드의 길이에 품이 넉넉한 사리는 누구든 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The Saree Girl
후세인은 파키스탄에서 사리의 변화를 본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 세대는 결혼식 등 공식적인 행사에서만 사리를 입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일상복 용도로 사리를 구입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리를 출시하지 않던 파키스탄의 유명 브랜드들도 이제는 사리를 판매한다"며 "이런 정황들을 보면 사리 시장이 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샤카르 바이 아딜라(Shahkaar by Adila)'의 사리 디자이너 아딜라 무르타자도 같은 생각이다.
무르타자는 과거의 사리는 대부분 기혼 여성의 옷에 한정된 한편 집안의 가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BBC 컬처에 "만약 당신의 할머니나 어머니가 전혀 사리를 입지 않았다면 당신도 사리를 입을 가능성이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 젊은 여성들은 훨씬 즐겁게 사리를 입는다"며 "이들은 평상시에 사리를 입고 벨트, 블레이저, 바지, 운동화 등과 함께 혁신적으로 스타일링한다. 사리를 묶는 법을 모르는 소비자들을 위해 기성복처럼 재봉된 옵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르타자는 사리의 정통성만을 고집하는 일부 순수주의자들이 이러한 비전통적 방식을 비웃는 것을 알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리로 즐거워하는 것과 그들의 진정한 자아 표현을 사랑한다.
그는 "이전에는 사리가 마른 여성만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 우리는 사리가 다양한 사이즈를 포괄한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며 "파키스탄의 플러스 사이즈 패션 블로거들에게 사리는 이제 패션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이러한 디자이너들의 옷을 홍보하고 여성들이 사리를 입고서도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대중화하는 데 일조했다.
24세 무용수인 에슈나 쿠티가 발리우드 노래 '겐다 풀(Genda Phool)'에 맞춰 훌라후프를 돌리는 동영상에 #사리플로우(#sareeflow)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2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금세 화제가 됐다.
쿠티는 청바지와 스포츠 브라 위에 어머니의 사리를 걸치고 운동화를 신었다.
그는 "사리를 통해 나의 개성이 빛난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한 "훌라후프는 아주 서양적인 예술이고 나는 이를 인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며 "이에 사리를 입고 춤추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쿠티는 사리를 입으면 제약이 많을 거란 생각이 "정신적인 차단"이라고 말했다.
쿠티의 동영상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리의 유연함을 강력히 일깨웠으며, 그는 사리를 입어도 여성의 본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사리를 걸치면 화장을 하고 무거운 주얼리를 하고 섬세한 여성이 돼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며 "나는 사리를 입으면서 나 자신을 표현하고, 행복과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다"고 말했다.
쿠티는 전통 의상인 사리가 어린 소녀들에게 열렬히 환영받고 있다고 믿는다. 쿠티의 #sareeflow 동영상이 유명해진 후 수천 명의 여성들이 사리를 입고 인스타그램 포스팅에 참여했다.
일부는 쿠티처럼 훌라후프를 돌렸고 다른 이들은 뒤로 물구나무를 서서 360도로 돌거나 단순히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리를 스타일링하기도 했다.

사진 출처, Shahkaar by Adila
쿠티는 "Z세대(1997~2012년생)는 엄마가 사리를 일상복처럼 입는 모습을 보며 자라지 않았다"며 "그들의 어머니 세대에게 사리는 특별한 행사에 입는 옷이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사리를 지루하고 전통적인 의상이 아닌, 트렌디한 옷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요가는 인도의 유산이지만 서구권에서 요가를 하자 비로소 멋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리를 통해 인도의 전통이 멋지다는 것을 알게 돼 정말 좋다. 사리의 트렌드를 이어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혁신"이라고 밝혔다.
현대화한 사리 열풍은 남아시아를 넘어 확장했고, 이제 사리는 서구 패션 산업계에서 남아시아 문화를 대표하는 의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캐나다 브랜드 '사리 룸(Saree Room)'의 공동설립자 소피 카삼은 남아시아 옷을 구매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2015년 창업 파트너와 함께 사리룸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족은 남아시아인들인데, 내 결혼식을 열기로 했을 때 젊은 여성의 취향에 맞는 사리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리 룸'의 주요 고객은 18~34세 여성들이며 남아시아 지역 외 고객들은 현재 18% 정도지만 점점 증가하고 있다.
카삼은 북미에 사는 남아시아 젊은이들이 '사리 룸'의 최고 인기 제품인, 일정한 무늬가 프린트된 사리로 빈티지한 분위기를 되살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카삼은 소녀 시절 할머니의 옷장에 들어가 오래된 꽃무늬 사리를 입었던 기억이 있다.
그는 "무늬가 프린트된 사리의 심플함을 좋아한다"며 "이러한 사리들은 우리가 미래 세대에 전할 수 있는, 진정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한 "결국 이렇게 사리의 다양한 표현을 볼 수 있고 젊은 세대가 그들의 유산에 자부심을 갖게 돼 기쁘다"며 "소셜미디어는 남아시아 여성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들의 문화를 표현하는 훌륭한 플랫폼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인도 남부 케랄라주 출신의 가족에서 태어난 북미 Z세대 패션 인플루언서 밀란 매튜는 자신의 말라얄리 종족 문화를 대변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한다.
매튜는 서구의 패션 산업에는 남아시아 문화, 특히 말라얄리 문화가 부족하다며 그의 사리 영상과 팔로워 80만 명이 넘는 자신의 틱톡이 말라얄리 공연의 존재감을 세우는 데 한 몫 한다고 말했다.
매튜는 800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은 "How I Drape My Saree(내가 사리를 걸치는 방법)" 동영상 시리즈 중 하나에 전통적인 페티코트 대신 레깅스를 사리로 감싼다.

사진 출처, 밀란 매튜
매튜는 패션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호기심 강한 젊은 남아시아 여성들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는다.
그는 "남아시아 공동체 외 다른 곳에서 온 팔로워들에게 사리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남아시아인 팔로워들은 내 동영상에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아하고, 그들의 문화는 자신들과 외모가 비슷한 말라얄리 여성으로 대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레헹가(사리 안에 입는 주름치마) 스타일링이든 청바지 위에 사리를 입든, 자신들의 문화를 아우르고 싶은 오늘날의 많은 어린 소녀들에게 나는 '큰 언니'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포용성, 문화적 상징, 자아 표현을 모두 대변하는 사리가 인기 높은 일상복인 것은 다양하다.
크리에이터, 디자이너, 예술가들이 사리가 무엇이고 누가 입는지에 대한 기존의 신념을 바꿔나가면서 전 세계의 젊은이들은 사리에 대한 담론을 변화시키고 전통 의상을 되찾는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