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 키타가와 성착취: 쟈니스 신임 사장마저 성 학대 의혹

히가시야마 노리유키

사진 출처, EPA

사진 설명, 사임한 후지시마 CEO 뒤를 이어 쟈니스 운영을 맡게 된 히가시야마 노리유키 신임 CEO 또한 성적 학대 의혹을 받고 있다
    • 기자, 켈리 응, 샤이마 칼릴
    • 기자, BBC News

일본 최대 연예 기획사 ‘쟈니스 사무소’의 창립자 쟈니 키타가와의 미성년자 성착취 의혹으로 현 CEO가 사임한 가운데, 후임으로 임명된 신임 CEO도 과거 어린 소년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히가시야마 노리유키(56) 신임 CEO는 그러한 행위가 발생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며 자신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히가시야마 CEO는 키타가와의 조카이자 쟈니스사의 CEO였던 후지시마 줄리 케이코가 지난 7일(현지시간) 사임을 발표하며 새로운 CEO로 소개한 인물로, 앞으로 쟈니스 측의 피해자 보상 노력을 이끌게 된다.

그러나 후지시마 CEO의 사임과 히가시야마의 취임을 발표하는 기자 회견 자리에선 히가시야마 CEO의 성 학대 의혹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히가시야마가 과거 소년들의 가랑이를 만지고,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며 “내 소시지를 먹어라”라고 했다는 어느 책의 폭로가 사실인지 묻는 질문에 히가시야마 CEO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그런 일이 일어났을지도, 아닐 지도 모른다. 나는 기억을 잘 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린 가수들에겐 더 엄격했을 수도 있으며, 10대, 20대 시절엔 지금은 하지 않은 일들을 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배우 출신인 히가시야마 CEO는 쟈니스가 초창기에 영입한 인재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온라인 상에선 많은 네티즌들이 히가시야마와 쟈니스의 오랜 관계에 주목하며 이번 임명을 비난했다.

히가시야마 CEO는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를 위해 목숨까지 내걸었다”고 말했다.

자신은 키타가와로부터 학대를 당한 적은 없지만, 소문은 들어 알고 있었다는 히가시야마 CEO는 기자회견장에서 “나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오랜 세월 쟈니스사와 인연을 맺어온 키타가와가 어떻게 회사를 변화시키고, 또 더욱이 연습생과 탤런트들을 보호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키타가와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오카모토 카우안은 8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목소리로 가장 상처 입은 사람은 바로 자신의 어머니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이 고통을 계속 반복해서 겪고 있다. 아들이 겪은 일을 계속 들어야만 한다”는 오카모토는 “어머니께 차마 말할 수 없는 내용도 있다. 어머니가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히가시야마를 “존경”하며, “아무도 원치 않은 일을 맡아 용감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오카모토는 자신에게 저지른 일 때문에 키타가와를 증오하지만, 자신을 음악 업계에 소개해 준 점에 대해선 여전히 “쟈니에게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오카모토는 “어떤 이들은 내가 그루밍당한 것이라 말하겠지만, 내 마음이 그렇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19년 사망한 키타가와는 그야말로 J-Pop의 거물로, 일본 연예계에서 무척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으며, 키타가와가 설립한 소속사는 수년간 스타를 만들어내는 등용문과도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 쟈니스와 그의 소속사는 성적 학대범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히가시야마 CEO는 7일 기자회견장에서 사명을 바꿀 계획이 있는 질문에 아직 없다고 답했다.

SNS상의 어느 네티즌은 “모두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데 어떻게 기획사를 다시 살릴 수 있냐”고 물으며 “쟈니스도 끝난 건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쟈니 키타가와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화면 속 쟈니 키타가와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자신의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해 아이돌 지망생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

키타가와는 87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전까지 단 한번도 성 착취 혐의로 기소된 바 없으며, 줄곧 혐의를 부인했으나, 1주일 전 외부 조사팀은 키타가와가 지난 60여년 간 소년 및 청년 수백 명을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키타가와의 죽음은 당시 총리마저 애도할 정도로 국가적인 사건으로 여겨졌다.

키타가와의 성 학대 의혹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일 정도로 잘 알려져 있었으나, 수십년간 일본 주류 언론은 이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초 BBC가 키타가와 관련 의혹 및 J-Pop 업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며 일본 전역에서 논쟁이 촉발됐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게 됐다.

이렇게 꾸려진 독립적인 외부 조사팀은 후지시마 CEO의 사임을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후지시마 CEO는 7일 기자회견을 통해 키타가와의 학대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워낙 가요계의 거물이었기에 자신을 포함한 여러 소속사 관계자들은 침묵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연예계를 수년간 취재해온 소이치로 마쓰타니 기자는 쟈니스사 자체가 일본 언론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소이치로 기자는 지난 5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익이 줄면서 TV 방송국과 잡지사가 시청률 측면에서 쟈니스 소속 아이돌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 결과 예를 들어 지난 2019년 일본 규제 당국은 쟈니스사가 TV 방송국에 기획사를 떠난 아이돌들을 섭외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며 경고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소이치로 기자는 이러한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다른 기획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추가 보도: 데릭 차이, 아케인 후루카와